(스포일러 주의)
개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의 감독을 맡은 멜로 장인 허진호 감독의 9번째 장편영화. 원작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백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라고 한다) 이며 네델란드, 이탈리아, 미국에 이어 4번째 영화화이다. 주연은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이다.
줄거리
형 양재완(설경구), 동생 양재규(장동건), 두 형제와 그 가족의 이야기이다. 세속적이고 돈을 아주 좋아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 재완과 돈보다 환자의 건강을 더 살피며 약자를 보살피는 정의로운 의사 재규, 재완은 아내를 잃고난 후 변호사 사무실에 떡을 돌리러 온 필라테스 강사 지수(수연)를 만나 재혼을 하고 늦둥이 까지 보게 된다. 재규는 동생이고 형보다 훨씬 가난하지만 치매에 걸린 노모를 돌보고 있다. 재규의 아내는 재규보다 7살이나 연상인 연경(김희애)이다. 어느날 형제 부부가 식사 약속을 잡고 노모의 요양병원 입소에 관해 논의를 하는데 재완의 딸 혜윤과 재규의 아들 시호가 파티에 갔다가 술에 취해 길에 누워있는 노숙자를 구타하여 중태에 빠트린다. 그러나 그 장면이 찍힌 CCTV가 메스컴을 타게 되고 사회의 공분을 사지만, 가해자가 누군지는 미궁에 빠진다. 하지만 그들의 부모는 그게 자신들의 자식임을 알게 되고 대책을 논의하는데 정의로운 재규는 아들을 자수시키려고 하지만 형 재완과 아내 연경이 극구 반대한다. 그 와중에 노숙자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아이들이 반성하거나 뉘우치는 등의 죄책감을 전혀 갖지 않는 것을 보고 안되겠다 싶어 재완은 딸을 자수시키겠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재규가 반대한다. (아들이 평소 왕따를 당했던 것을 알고 측은지심이 생긴 것일까?) 부부만찬을 끝내고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재완을 재규가 차로 받아버리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감상
난 소설 원작이나 영화화 된 다른 작품을 보지 않았으므로 보다 이 영화에 객관적으로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완전 극과 극인 인물을 배치한 시각이 놀라웠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과 기름같은 관계에서 하나의 사건을 두고 벌이는 생각과 행동, 감정적 동요가 생생하게 살아 있어 더욱 입체적으로 보인다고나 할까?
세속적인 변호사 형과 정의로운 의사 동생 (일단 여기서부터 보통의 가족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제목을 보통의 가족이라고 지은 이유는 이 글의 마지막 즈음에 쓸 수 있을 것 같다) 부터가 완전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재완의 새 아내 지수는 어리고 탱탱한 젊음의 상징이고, 재규의 아내는 무려 7살 연상에 (재완보다도 나이가 많은 듯한) 중년의 중후함을 상징하는 연경이다. 즉 부부중에 가장 연장자인 연경이 올케이고 가장 나이가 어린 지수가 시누이가 되는 것이다. 연경은 지수를 굴러온 돌이라 생각하고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는 가족으로 인정하려고 들지 않지만, 지수는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이들의 자식(재완의 딸 혜윤과 재규의 아들 시호)도 대척점에 있는데 혜윤은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아이이고, 시호는 공부도 못하고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아이이다. 형은 돈이 많아 큰 집에서 호화롭게 살고 있지만 노모는 오히려 돈 없고 작은 집에서 사는 동생 재규가 모시고 있다.
여기에 아이들의 문제가 시한폭탄처럼 다가온다. 똑똑하고 자상한 것 같지만, 놀기 좋아하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남을 희생시키는 혜윤, 왕따와 친구들의 폭력에 무기력하게 당하며 쌓인 내적 폭력을 또 다른 약자에게 자행하는 시호. 둘은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최소한의 죄책감이나 일말의 양심도 없다. 처음에는 재완이 아이들을 감싸고 재규는 흥분하여 자수를 시키겠다고 했지만, 자식이 도덕적으로 괴물이 된 것을 알게된 재완은 결국 자수를 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도리어 아들을 자수시키겠다는 재규가 아이들이라서 그런거라며 아들을 감싸기 시작한다.
즉 세속적인 사람이 정의로워지고, 정의롭던 사람이 비겁해지는.. 전세 역전이 이루어진다. 이 부분에서 어떤 것이 자식을 위하는 길인지 모든 부모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건 사실이고, 가족간의 관계나 자식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숙제를 던져 주어 꽤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마지막 장면 (동생이 차로 형을 받아버린 것) 에 대한 납득은 가지 않는다. 아무리 형이 밉고, 자식의 문제가 걸려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존속살인을 허가하는 당위성은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을 '보통의 가족' 이라고 지은 이유는 이들의 사회적 신분, 빈부 차이, 직업,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결국 팔이 안으로 굽을 수 밖에 없는.. 즉 다른 보통의 가족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렇게 지었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설경구는 본처를 버리고 배우 송윤아와 재혼 한 것에 대해서, 장동건은 주진모 폰 해킹으로 추문이 폭로된 것에 대해서, 보통의 가족이라는 영화 제목과는 묘하게 이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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