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개요
제목은 서브스턴스(The Substance), 번역하자면 '물질'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각복, 감독은 코랄리 파르자가 맡았으며, 주연은 데미 무어, 마가릿 퀄리가 맡았는데 극 중에서 두 사람은 한 사람일 수도 있고 두 사람일 수도 있다. 2024년 개봉되었고 동년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였다. 마치 CF를 보는 듯한 감각적인 장면들로 채워져 있으나 2시간 21분이라는 러닝 타임은 좀 지루한 감을 주었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충격은
1. 데미 무어
데미 무어가 너무 늙어서 놀랐다. 1990년대 사랑과 영혼이나 G.I. 제인 이라는 영화에서 전 세계 남자들의 애간장을 녹인 섹스 심볼이었던 데미무어가, 주름지고 가슴과 엉덩이가 축 처진 나이 든 모습을 보여서 깜짝 놀랐다. 극 중에서도 젊어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로 중년 때 전신 성형을 하고 무려 16살이나 어린 애쉬튼 커쳐와 세 번째 결혼까지 했으니 젊어지고자 갈망하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이루어졌다.
2. 마가릿 퀄리
마가릿 퀄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놀랐다. 군살 하나 없이 쭉 뻗은 몸매와 예쁘고 귀여운 마스크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마치 누군가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리즈 시절을 꼽으라면 꼽을 수 있는 젊고 싱싱하고 아름다운 모습. 마치 갓 피어난 싱그러운 새싹처럼 파릇파릇 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특히 마가릿 퀄리가 에어로빅 영상을 찍는 모습은 화면에서 튀어나와 톡 터져버릴 것 같은 싱싱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런 연출은 진짜 천재적이라고 할 수 밖에...
3. 노출 수위
데미 무어와 마가릿 퀄리의 노출 수위가 너무 높아서 놀랐다. 전라 누드는 기본이고, 심지어 헤어 누드까지 나오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4. 기괴한 내용과 분장
사람의 등이 쪽개지고 새로운 몸이 나오는 부분이나, 데미 무어가 늙고 추하게 변해가는 부분, 피가 튀기고 내장이 쏟아져 나오는 등의 연출은 너무 그로테스크 하고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한 때, 헐리웃 대 스타로 이름날리던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어느덧 50살이 되었고, 그나마 하나 하고 있던 에어로빅 프로그램에서마저 퇴출이 되어 그야말로 퇴물이 된다. 우연히 알게 된 서브스턴스의 "젊어질 수 있다" 라는 문구에 홀려 전해 받은 주소를 찾아가 서브스턴스 스타터 킷을 받아 온다. 킷 안에 들어 있는 주사를 맞자 '원래의 몸'에서 등이 갈라지면서 젊고 아름다운 '새로운 몸'이 나오게 된다. 몸은 두 개지만, 둘은 같은 사람이다.
서브스턴스의 규칙은 아래와 같다.
- 활성화는 오직 한 번만 가능하다.
- 매일 안정화 시킨다.
- 7일마다 예외없이 전환된다.
- 당신은 하나임을 잊지 마라.
새로운 몸은 원래의 몸에서 척수액을 뽑아 매일 안정화를 해야 하고, 새로운 몸과 원래의 몸은 일주일씩 번갈아 살아가며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몸은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기에 더 긴 시간을 살기 원하여 자꾸 규칙을 어겨나가고 그럴수록 원래의 몸은 더욱 늙고 추한 몸으로 변해간다. 급기야 원래의 몸은 프로그램을 종료하려고 시도하고 그 와중에 새로운 몸이 각성하여 원래의 몸과 혈투를 벌인다. 결국 원래의 몸은 죽게 된다. 새로운 몸은 안정화 시킬 척수액이 없어 붕괴해 가고, 규칙을 어기고 남아 있는 활성화 액으로 다시 한번 활성화를 시도하지만, 몸에서 나온 것은 끔찍한 괴물이었다.
나의 감상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보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영상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아주 충격적이었다. 먼저 계란 노른자가 주사를 맞더니 두 개로 갈라지는 영상이나, 눈동자가 두 개로 나뉘는 영상, 광고판이 보이는 데미무어의 집, 미디어계의 대부로 나오는 데니스 퀘이드의 회사, 등 마치 CF를 보는 것 같은 감각적이고 느낌 있는 영상들에 눈호강을 당했다. 부분 부분 등장하는 섹시하거나 그로테스트 한 영상도 또 하나의 눈요기였다.
내용적으로 본다면 영화를 보는 도중에 떠올린 것은 2020년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였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성형수라는 약물로 원래의 살과 피부를 녹여내는데, 결국 과사용과 인간의 욕망으로 파멸에 이르는 내용이다.
마지막 엘리자베스 스파클이 괴물이 된 모습은 1980년에 만들어진 '엘리펀트 맨' 이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다발성신경섬유종증이라는 병으로 기형적인 몸을 갖게된 사람이 서커스단에 팔려가 학대를 받으며 구경거리로 살아가는데, 서커스 단장이 그의 어머니가 코끼리에게 겁탈당해 태어난 기형아라고 소개해 엘리펀트 맨으로 불린다는 내용이다.
젊고 어려지려고 과도한 욕망을 부리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종종 들리고 있다.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을때, 힘든 유세 일정을 소화하고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젊은이의 피를 수혈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누구처럼 권좌에 올라 어리고 예쁜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얼굴 피부를 실로 잡아당기는 리프팅 시술을 받기도 하고 얼굴에 지방을 주입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많은 시술이나 성형 수술이 있으리라... 미래에는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약물을 이용해서 젊어지는 시술이나 약이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오래 살고 영원히 사는 것이 과연 인간에게 이로운 것인가? 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젊어지는 것이 무엇인지, 아름다워지는 것이 무엇인지, 늙어 가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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