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독자의 주의를 요함)
'웡카'는
2023년 개봉한 폴 킹 감독의 뮤지컬 판타지 영화이다. 2005년에 개봉했던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주연의 '찰리와 초콜릿공장' 이라는 영화는 1971년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 의 리메이크작이고, 이 영화는 그 프리퀄로 알려져 있다. 흐름상으로 보더라도 '찰리와 초콜릿공장' 은 이미 번듯한 공장을 운영하는 윌리 웡카가 이벤트를 통하여 후계자를 선별하는 과정에 관한 내용이고, 본 영화 '웡카'는 윌리 웡카가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와 초콜릿 공장을 만들기 전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찰리와 초콜릿공장'이 팀 버튼 감독 특유의 기괴함과 기발함이 있었다면 폴 킹 감독의 '웡카'는 다분히 가족적이면서도 부드럽고 유쾌하며 매력이 톡톡 터지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살짝 내용을 보자면..
순박하고 훈훈한 청년 웡카는 그 동안 갈고 닦은 초콜릿 제조 실력으로 청운의 꿈을 안고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도시 드림)을 이루려 도시에 온다. 그는 달콤백화점에 번듯한 초콜릿 상점을 내서 맛있는 초콜릿을 판매하는게 꿈이다. 그러나 마치 살아있는 사람 코도 베어 갈 듯한 도시의 차가운 등살에 도착하자 마자 주머니에 있던 열 두 소버린 은화를 다 털린다. 그래도 끝내주는 초콜릿 제조 실력을 가진 웡카는 백화점에서 사람을 모아 초콜릿을 판매하지만 말도 안되는 이유로 수익을 경찰에게 압수당하고 백화점에서 쫓겨난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묵었던 모텔은 악덕주인 '스크러빗'과 사기꾼 '블리처'가 운영하는 불법 모텔로, 표준약관 밑에 깨알 같은 사기 약관을 숨겨두고 숙박자에게 바가지를 씌워 강제로 세탁소에서 일을 하게 하는 개미지옥 같은 곳이었으며 글을 모르는 웡카는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주인이 주어서 마신 웰컴드링크나 사용한 계단, 비누, 난로, 침대보, 베게 등에 천문학적인 사용료를 붙여 무려 1만 소버린(이 금액은 하루 1소버린으로 계산했을 때 27년 4개월 16일 동안 일해야 갚을 수 있는 금액이다)의 빚을 지게 했다. 여기서 웡카는 동병상련의 조력자 5명을 만나게 된다.
웡카는 발명품 세탁기로 블리처의 개 티들즈에게 일을 시키고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하수구를 이용하여 경찰의 눈을 따돌리며 엄청난 초콜릿 판매고를 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 도시는 심각한 부페 카르텔이 있었다. 도시의 초콜릿은 초콜릿 연합이(슬러그워스, 프로드노즈, 피켈크루버 3인) 장악하고 있었고 그들은 경찰서장에게 뇌물을 주고 다른 초콜릿 사업자가 진출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그들의 초콜릿은 줄리어스 신부의 비호 아래 성당 지하금고에 몰래 은익되고 있었다.
웡카 초콜릿의 인기로 매출이 급감한 초콜릿 연합은 끝내 웡카가 매장까지 오픈하고 승승장구 하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모텔주인인 스크러빗과 블리처에게 웡카의 초콜릿에 독을 타게 하여 매장 오픈 행사를 망치게 하고, 웡카가 다시는 초콜릿을 만들지 않고 먼 곳으로 떠나준다면 웡카와 조력자들이 모텔에 진 빚을 다 탕감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그리고 웡카가 떠나는 배를 폭파시켜 '사망에 이르는 사고'를 꾸민다.
우여곡절 끝에 배에서 탈출하여 조력자들과 함께 슬러그워스의 이중장부를 빼내오기 위해 성당의 비밀금고에 잠입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고 비밀금고로 온 초콜릿 연합에 오히려 금고에 갖혀 차오르는 초콜릿에 파묻혀 죽을 위기에 놓이지만 움파룸파가 그들을 구하고 초콜릿은 도시의 분수에 뿌려져 사람들이 마음대로 마시게 된다.
웡카는 이중장부를 경찰에 넘겨 초콜릿연합의 부정부패를 세상에 알리고 경찰서장과 함께 연행되게 한다. 조력자 중 한 명인 누들이 슬러그워스 형의 딸임을 밝혀내고 (슬러그워스의 형은 원래 가문의 상속자였으나 누들의 엄마와 결혼하기 전에 죽게된다. 슬러그워스는 자기가 상속을 받기 위해 형의 딸을 모텔의 세탁 바구니에 버리고 누들의 모친에게는 딸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친모를 찾아내어 누들과 만나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웡카에게 빚을 다 받아내고 떠나려는 움파룸파에게 자신의 초콜릿 공장 시식 담당 자리를 제안하며 버려진 성에 세울 자신의 공장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필자가 꼽은 이 영화의 매력은..
1. 티모시 샬라메
말 해 무엇하랴? 자타 공인(여기서 '자'는 필자를 가리킨다) 헐리웃 최고의 블루칩이자 독특한 매력을 소유한 티모시 샬라메의 출연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 '인터스텔라', '작은아씨들', '돈 룩 업'에 출연할 때만해도 전혀 주목을 못 끌었었는데, '듄' 에 주연으로 출연하면서부터 파마 머리가 잘 어울리는 훈남으로 우리 머릿속에 각인되어 이제는 믿고 보는 숨은 보석같은 배우가 되어 버렸다.
2. 뮤지컬
뮤지컬 영화의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사실 내 자신의 경우에도 뮤지컬이면 뮤지컬, 영화면 영화지 뮤지컬 영화?? 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솔직히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뮤지컬적 요소가 마치 배경음악이나 자연스러운 스토리의 연결적 구성을 가지고 있어 큰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더욱이 영화 자체가 비현실적인 요소가 있고 오히려 등장인물들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장치로 사용되어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3. 스팀 펑크
스팀펑크(steampunk)는 1980년대 중반 사이언스 픽션(SF)의 하위 장르인 사이버펑크에서 파생된 문학 장르로, 증기기관의 발달에 의한 산업 혁명이 진행되며 근대 사회가 태동하던 19세기 ~ 20세기 초의 빅토리아 시대와 에드워드 시대 영국 등을 무대로 과학기술에 환상적인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과거의 재해석을 시도한 대체역사 또는 유사역사 장르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스팀펑크는 복고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거대한 증기기관과 태엽장치, 현실과는 전혀 다른 구조로 발전된 아날로그 기계 등 당대 상상할 법 했던 레트로퓨처(retrofuturistic) 소도구들은 비주얼적으로 큰 파급을 미쳤고, 1990년대부터는 SF 문단을 넘어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패션, 음악, 디자인 등 다른 매체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하나의 미학적인 콘셉트로 정립되었다.
스팀펑크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따뜻함과 친숙함을 준다. 등장 인물들의 코스튬이나 웡카의 가방 (소형 초콜릿 공장 역할을 함), 여관에 딸린 세탁소, 그리고 도시에 오픈한 초콜릿 가게, 폐허가 된 성에 새운 초콜릿 공장 등 다분히 스팀펑크적인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이런 장점들을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4. 허를 찌르는 우정출연
줄리어스 신부 역에는 우리에게 '미스터 빈'으로 너무나 친숙한 로완 엣킨슨, 움파룸파 역의 '휴 그랜트', 웡카의 엄마 역에 '쉐이프 오브 러브'에서 물고기인간과 사랑을 나눈 '샐리 호킨스'. 특히 '휴 그랜트' 의 움파룸파 역은 이상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구석이 있어 금방 설득 당하게 된다. "아무런 기대없이 나간 우리 첫 만남은 너무 쉽게 운명처럼 빨리 이뤄졌지" 라는 김원준의 "너 없는 동안"이라는 노래 가사도 있지만, 정말 아무 생각 안하고 있다가 빵 터졌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것
어떻게 보면 '찰리와 초콜릿공장' 이 이 영화에 주는 선입견이라면 선입견일 것이다. 그런 비슷한 내용물이 들어 있을거라 포장지를 벗겼으나 실상은 전혀 다른 물건이 들어 있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찰리와 초콜릿공장'과 '웡카' 는 말 그대로 스토리의 연속성이 있을 뿐, 스타일이나 감동의 종류, 영화의 질감 자체는 완전히 다른 그 것이었다.
일단 스토리에 대한 면을 살펴보자면 굳건한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차용하면서도 그 속에는 우리 현 세태의 문제점을 그대로 꼬집고 있다. 초콜릿연합으로 대변되는 재벌 기득권 카르텔. 거기에 경찰/성당이 결탁되는 구조이지만 물론 현실에서는 사법부(경찰/검찰/법원)와 정치세력, 언론이 결탁되는 복잡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가난'이나 '서민'이라는 말에 오바이트를 하는 피켈크루버처럼 현실에서도 빈자의 아픔이나 슬픔, 괴로움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오로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그들(기득권 카르텔)만의 생존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을 뿐이다. 그 부분을 이 영화는 놀랍게도 잘 표현하고 있다. 웡카가 초콜릿을 만들지 못하도록 처음에는 가진 것을 빼앗고 시장에서 쫓아 낼 뿐 아니라 더 심해지면 폭력을 가하고, 더 심해지면 돈으로 회유를 하거나 아니면 사고를 가장하여 '죽음' 에 이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웡카가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남들에게 없는 세 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기술' 과 '마술' , 그리고 '정성' 이다.
1. 기술
웡카는 원래 마술사가 되는게 꿈이었으나 어머니가 죽고 어머니의 초콜릿 만큼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온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재료를 구하고 연구하여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최고의 초콜릿을 만들었다. 즉,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기술을 갖게 된 것이다. 그 결과물 (여기서는 초콜릿이겠지만 현실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될 것이다) 을 남보다 싼 가격에 내놓는다면 오히려 성공하지 못하기가 더 힘들 것이다.
2. 마술
웡카는 초콜릿을 팔 때 마술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자신의 초콜릿이 더욱 빛이 나도록 현란한 세팅을 한다 .난 이 부분을 '마케팅' 이라고 본다. 즉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욱 빛나도록 포장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당길 수 있는 세팅이야말로 제품을 판매하는데 꼭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 한다.
3. 정성
웡카의 어머니는 최고의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 비밀을 알려주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 비밀이라는 것이 마지막에 밝혀지는데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초콜릿 속의 편지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비밀은 이거야, 중요한 것은 초콜릿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란다. 사랑하는 엄마가.."
그러니까 초콜릿보다 소중한게 그 초콜릿을 함께 해줄 사람들에게 즉 고객들에게 정성을 다 하고 마음을 나누라는 의미가 아닐까? (왠지 '정'이라는 슬로건을 차용한 모 초코맛 파이가 생각난다)
맺음말
이런 훌륭한 교훈도 있지만, 일단 영화를 보고 나면 따뜻한 마음이 든다.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동화된 동심과 같은 마음도 있을 것 같고, 마술과 같은 특수 효과도 한 몫 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중에서도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이런 연기도 할 수 있구나 라는..)에 대한 재발견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고 로비와 바비 (0) | 2024.03.08 |
---|---|
언내추럴 (0) | 2024.03.03 |
일본영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61) | 2024.02.12 |
폭력교실과 마츠다 유사쿠 (2) | 2024.01.23 |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0) | 2024.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