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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황금신부

by 천년백랑 2022.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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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황금신부가 우리에게 남긴 것 (2008.1.7)

 

 

베트남 결혼을 했다는 의무감이랄지, 사회적, 도의적 책임이랄지...  일반 사람들에게 한베가정을 어떻게 소개하고 묘사하고 있는지, 또한 그것으로부터 배울점과 나아갈 점은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황금신부의 거의 모든 회차를 다 본 것 같다. 드라마도 이제 진주의 생부가 밝혀지고 할머니의 이름을 물려받아 떡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는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베트남 결혼한 사람으로써 주인공 강준우, 응우엔 진주와 희노애락을 같이 하고, 한베가정으로써의 삶과 비슷한 스토리에 공감하며 열심히 달려온 어언 1년간의 방영 기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국제결혼 가정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마라톤과도 같은 기간이었다. 


황금신부라는 드라마가 남긴 파장은 참 다양한 면에 있는 것 같다. 이영아라는 비교적 덜 알려진 배우에게는 높은 인지도를 안겨 주었으며, 이름도 모르던 신인인 송창의를 스타의 반열로 올려주었고, 김영민으로 분한 송종호 또한 강한 인상을 남겨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연예인이지만 배우로써의 인지도가 낮은 최여진, 박미선, 김희철, 김경식에게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작품이었을거라 생각이 든다. 톱스타 보다는 인지도가 낮거나 멀티소스의 배우들을 대거 기용함으로써  큰 리스크를 갖고 있었지만, 등장인물들이 문안한 연기력으로 무리 없이 소화해 내며, 가족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지난 베트남 대사관에서 주최한 한국 베트남 가족의날 행사에 참석한 송창의와 이영아에 쏟아지는 베트남 신부들의 환호를 보면서 그들이 한국인 뿐만이 아닌 체재 외국인으로부터의 사랑도 한몸에 받음으로 인기 저변 확대에 성공했으며 황금신부의 베트남 수출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제 스타로 거듭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는 본인들도 자축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발빠르게 한국 사회에 이슈화 된 국제결혼 증가와 라이따이한 문제를 다루는 순발력과 사회 고발 정신이 반영?다는 점도 높이 살만하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일단 선악 구도가 중반부터 무너져서 선악의 균형이 깨졌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선악의 대립구도는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으로 몰고 가다가 종반에서 뒤집어지는 역전극이 펼쳐져야 통쾌감이 극에 달하는데 황금신부에서는 중반부터 벌써 악역이 비실비실 해지다가 욕먹고, 무시당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은 차라리 불쌍하기까지 했다. 종반으로 치닫자 궁지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듯한 웃지 못할 헤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베트남 아내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재의 특수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운 점의 하나이다. '진짜' 베트남 신부의 생생함을 살리지 못하고,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상상속의 베트남 신부를 그리고 있어 현실감이 떨어지며, 극 속의 진주는 무늬만 베트남 사람일 뿐이지, 한국인의 습관과 정서를 가진 그야말로 한국인일 뿐이다.

 

그런 단점에서 불구하고 우리가 황금신부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베트남 신부(혹은 국제결혼 신부)에 대해 일반인들이 좀 더 친숙하게 생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것과(베트남 신부가 먼 나라의 이방인이 아닌 친숙한 우리의 이웃임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생면부지의 국제커플 강준우와 응우엔 진주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모습에서, 국제결혼 가정도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노력으로 말미암아 한국인가정보다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암시를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은 분명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제결혼 가정에 희망의 메세지로 작용될 것이다.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제결혼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시트콤의 대본을 만들어 보고 싶다. 시간이 없어 여자를 못 사귀는 한 엉뚱하고 똑똑한 IT 유망주가 베트남 결혼을 선택함으로써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고 또 주변에 살고 있는 다른 국제결혼 가정(일본, 중국,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과 엮이게 되면서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찾아가는 플롯으로 구성시키며, 실제 외국인을 배우로 쓰고(본인이 낙점하고 싶은 캐릭터는 다음과 같다. 베트남인 아내 - 하이옌, 일본인 아내 - 사유리, 중국인 아내 - 채리나, 우즈베키스탄 아내 - 자밀라 등), 실제로 느끼고 있는 외국인 아내들의 직접적인 생각과 한국인과의 갈등 및 생활상을 가감 없고 꾸밈 없는 스토리로 재미있게 꾸며질 수 있는 작품, 거기에 세밀한 터치로 현실감을 높이고 외국인(외국)에 대한, 가부장 등에서 오는 남녀간의, 그리고 국제결혼에 대한 한국인들의 편견을 바위 절벽에 내던져진 유리조각이 와장창 깨지듯이 깨트려져 버릴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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