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2002년 작품. 그의 영화들을 열심히 봤는데 이제 반정도 본거 같다. 특별히 재미있어서라기 보다는, 그의 영화에 어떤 중독성이 있어서 인 것 같다. 마치 매운걸 먹다보면 거기에 매료되어 더 매운걸 찾게 되듯이 (의학적으로 통증을 느끼는 신경과 쾌감을 느끼는 신경이 가깝게 붙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종종 약한 통증을 쾌감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건 아닌가 심히 걱정이다. ^^
6월의 뱀은 인물의 구성만으로 본다면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다. 단란한 한 부부 사이에 끼어든 변태 스토커. 상담원 린코의 상담 대상이었던 그 스토커는 린코덕에 자살은 포기했지만, 대신 암의 고통 속에서 싸워가야만 했다. 그때부터 린코의 일거수 일투족을 스토킹 하기 시작한다. 가학적 수준은 '테츠오'나 '고로시야이치'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지만, 여기선 그 뚜렸한 목적이 있다.
현실 세계인지 정신 세계인지 모를 환타지적 장면을 포함하고 있는데, 뚜렸하게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흑백 필름에,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비가 내린다. 아마 현실세계의 제약을 나타내는 것 같다. 행복한 듯 보이지만내면의 욕구불만과 닫혀진 생활. 그것을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대변한 것 같다. 그것은 중간중간에 보이는 달팽이와도 일맥상통 한다고 볼 수 있다. 연약하지만, 거대한 짐을 짊어지고 살 수 밖에 없는 달팽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결벽증 남편의 금욕적 생활이 결국 아내의 유방암으로 이어졌다고 영화속에선 유추시킨다.
영화 전반부에선 부부를 망치는 것이 한 변태의 스토킹인 것처럼 몰고 가다가 진짜 그 부부를 망치는 것은 단절되고 무미건조한 생활이었다는 것을 입증시키며, 그 변태가 스토킹을 통해 부부관계를 회복시킨다는 이야기다. 신야 그 자신이 변태역으로 출연했다. '고로시야이치'에서 우람한 근육을 자랑했었
는데, 여기선 좀 야윈 모습을 보여준다. 자기의 이상한 물건으로 남편의 목을 조르는 장면은 마치 애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