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했던 '닌자 어쌔신' 의 뚜껑이 드디어 열렸다. 극장으로 향하던 날이 우연히도 이 영화의 개봉일이라서 주저 없이 닌자 어쌔신을 선택했다. 항상 헐리웃 영화와 국산 영화를 자로 재듯이 비교하며 선택해야 했었는데 한국인이 주연인 헐리웃 영화라고 생각하니 참 기분이 묘했다.
그동안 헐리웃에는 많은 영웅이 등장했었다. 서부극의 총잡이, 전쟁물에서 나오는 전쟁의 영웅이나 (척 노리스, 람보의 실베스타 스텔론, 코만도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그 대표적이겠지) 어린이용 코믹스로부터 출발한 슈퍼 히어로(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환타스틱4, 헬보이 등등) 등. 거기다 공포 이야기로부터 탄생한 뱀파이어,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 지킬박사와 하이드, 좀비 등은 헐리웃이 가장 자주 써먹는 캐릭터 들이며 특수효과로 갈수록 화려해지고는 있지만 헐리웃의 추종자들에게는 점점 식상해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닌자 어쌔신은 본격적으로 닌자를 다룬 영화이다. 닌자의 역사, 닌자의 수련 방법, 닌자의 무기, 닌자의 행동강령 등등 헐리웃에서 닌자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 것이 거의 반세기 만인것으로 기억하지만, 헐리웃의 소재 부족으로 인한 새로운 시도인지는 몰라도 본격적으로 닌자의 탐구를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이제 고갈된 소재를 매꾸기 위해 헐리웃이 일본이나 동양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영화의 초반에는 명성황후가 금 100냥에 닌자에게 시해당한 사건이 소개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오주누파의 최고의 닌자이자 일족을 배반한 이가 바로 명성황후와 같은 민족인 비(정지훈)라는 것이다.
일단 알려진대로 스토리는 빈약했지만 액션은 뛰어났다. 혹독한 닌자의 수련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가다 잡혀 처형을 당한 친구를 잊지 못해 주인공 라이조는 오주누라는 자신이 속한 닌자 조직을 배반하고 조직에 쫏기는 미카를 도와주며 복수한다는 내용이 다이다. 스토리는 그렇게 보잘것 없지만, 공포감과 스릴 넘치는 액션은 마치 헐리웃의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와 일본영화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를 짬뽕 해 놓은 듯 하다. 킬빌과도 흡사한 잔혹한 액션은 무공이 뛰어난 닌자라는 존재 때문에 더욱 현실성 있게 느껴지고 비의 늘씬한 몸매와 화려한 특수효과, 카메라 워킹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액션의 판타지를 선사한다. 그러나 어떤 기사에서는 비가 이소룡, 성룡, 이연결을 능가하는 새로운 액션을 선보인다고 했지만, 사실 오랜 수련으로 인한 무공의 깊이에서 오는 능력은 비가 확실히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가 블루칩으로 떠오를 수 있는 이유는 신선한 마스크, 미식축구와 안무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질 몸매, 그리고 미국식 영어 발음에 근접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가 액션 배우의 길을 걷게 된다면 무술과 연기력은 계속 쌓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가지 더 닌자 어쌔신에 기대를 거는 것은 비가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최초이자 전무후무한 동양인 주연 액션 스타라는 점이다. 동양의 사상이나 문화가 서양에 비해 결코 떨어지거나 낮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단지 근대화가 늦었다는 이유로 영화 면에서도 헐리웃이라는 거대 자본 시장에 잠식당하며 평가 절하 당해오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백인과 흑인의 액션 히어로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는 동양 최초의 스타급 배우가 나왔다는 점은 이제 동양인도 서양인과 같은 등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또한 일본이 내새우는 닌자라는 소재로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이제 다음 세기의 문화의 주역이 동양이 될 수 있다라는 잠재적인 사실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아마 이 영화가 잘 된다면 닌자 어쌔신은 시리즈가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차기작의 주인공도 두 말 할 것 없이 비가 될 것이다. 일단 영화가 잘 되서 그렇게 되길 바라고 차기 작에서는 보다 성숙한 비의 연기와 더욱 생동감 넘치는 스토리, 액션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또한 일본의 닌자 소재가 아닌 보다 한국적인 소재로도 헐리웃의 정상을 넘볼 수 있는 계기가 하루 속히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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