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있자, 이게 94년 개봉작이니까 지금으로부터 28년 전 작품이다. 감독판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어 한 번 봐야지 했는데 결국 다시 보게 되었다. 왠지 레옹과 마틸다의 러브씬이 좀 더 있을 것 같았는데 결국 감독판에도 특별한 베드씬은 없었다. 아무래도 마틸다가 극 중 12살로 나오는데 아동 성폭행을 의식한 듯 하다. 추가된 씬이라면 레옹이 마틸다를 파트너로 키우고 함께 작업(?)을 하는 장면들이 추가된 것 같았다.
다시 보게 되었지만 28년 전 작품임에도 올드하다거나 유치하다거나 하는 점을 단 한개도 발견하지 못했다. 역시 이 영화는 웰메이드이자 수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영화 '아저씨' 나 헐리웃 영화 '더 이퀼라이져' 에서 철저히 레옹의 클리셰를 따르고 있다. 그 클리셰란 실력 좋은 전직 특수 요원이 연약한 여자 아이의 아픔에 공감하여 거대 조직에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특별한 액션을 보여주지 않고도 약간의 배경에 대한 설명만으로 대단한 능력자 임을 보여주는 경제적인 씬, 그리고 나서 적재적소에 나오는 액션 씬, 나탈리 포트만을 국민 여동생으로 만든 끼부리기 씬, 그리고 약물에 찌들어 살며 부패하고 악독한 경찰 게리 올드만의 광기 어린 씬 등... 언제라도 100% 수긍하게 만드는 연출이다. 거기에 죽은 가족의 복수를 위해 레옹을 설득하거나 유혹하는 마틸다와의 내적 갈등과 그런 마틸다에게 연민과 사랑의 감정이 싹 트면서도 자기 앞길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제거해 버려야 한다는 레옹의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마틸다를 도와주기로 마음 먹고는 이미 죽음을 예견하고 자기 돈을 마틸다에게 상속해 줄 것을 요청하는 레옹. 그리고 복수에 성공하고 함께 자폭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슬픔도 함께 느껴진다. (레옹을 죽임으로써 속편이 나올 기회를 박탈한 것이므로 제작진에게는 손해인 것 같다)
많은 아류작들이 나왔을 정도로 영화적 완성도도 높고 여러 모로 귀감이 되는 영화이다. 배경 음악도 좋았고 영화 마지막에 잔잔히 흐르던 스팅의 Shape of my life 도 관중의 착잡한 마음을 녹여주는 좋은 무기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