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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2024 제75회 NHK 홍백가합전을 보고

by 천년백랑 2025.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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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24년) 홍백가합전의 사회를 맡은 이토 사이리, 히로이키 아리요시, 스즈키 나오코, 하시모토 칸나

 

개요

매년 보는 프로그램이라 올해도 어김없이 보게 되었다. 일본 음악계의 트랜드를 확인하고, 올해의 히트곡을 체크하며, 배울점이 무엇인지 공부하기 위해서다. 자고로 홍백가합전이라함은 오오미소카(大晦日,매해 마지막 날), 일본의 일반 가정에서 가족들이 둘러앉아 음식과 담소를 나누며 함께 보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NHK의 편파적 운영과 특정 기획사의 독점 문제로 보이콧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올해의 홍백가합전을 보고 느낀 총평은 대단히 만족 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쟈니즈 소속팀이 거의 1/5 가량 차지했었다. 일본의 최장수이자 국민아이돌 'SMAP', 그 동생뻘 되는 밴드형 아이돌 'TOKIO', '킨키키즈', SMAP 이후의 주력 아이돌이었던 '아라시', 관서지방 연합 아이돌 '칸쟈니8', 신예 아이돌 'Sexy Zone', 'King & Prince' 등등 수 많은 쟈니즈의 아이돌이 홍백가합전의 사회부터 진행, 출연자로써 대다수의 시간을 함께 했었으나 언제부턴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국민아이돌 'SMAP'의 해체, 창립자이자 사장이었던 쟈니 키타가와의 죽음과 성추문에 의해 폐업까지 이르게 된 사건들이 있다. (후에 스타토 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으로 재창업 되었다고 한다) 
 

트와이스 출격

 
그리고 극장형 아이돌로 대변되는 AKB48류의 때거지 여성 그룹도 사쿠라자카46(櫻坂46), 노기자카46(乃木坂46) 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난 한때 이런 일본에서만 자생되는 쟈니즈형 아이돌과 극장형 아이돌로 인해 일본 대중음악이 갈라파고스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일본의 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가 "이런 좋은 시스템을 외국으로 수출하자" 라고 했지만, 세계적인 트랜드로 봤을때는 시대적으로 한참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일본의 대중문화도 한국을 발판삼아 그 흐름을 바꾼 것이다. 
 

어떤 점이 만족스러웠는지 살펴보면...

1. 짜임새 있는 장르 구성으로 균형을 맞췄다 

일단 아래와 같이 이번 2024 홍백가합전 출연자의 장르를 분석해 보았을 때, 총 46팀 중 아이돌팀이 1/4, 밴드팀이 1/4, 보컬팀이 1/4 그리고 나머지 엔카(한국으로 치자면 트로트), 댄스, 힙합, 포크송을 합쳤을 때 1/4 정도로 균형 있는 짜임새였다. (물론 분류의 기준이 애매해서 딱 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가미되어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 두길 바란다)  
 

2024 홍백가합전 장르분석

 

2. 극장형 아이돌이 많지 않아 정신이 사나운게 없어졌다. 

 

3. 신구 아티스트의 조화를 이루었다. 

물론 작년에 탑을 찍었던 요아소비가 출전하지 않은 부분은 많이 의아했는데 올해 발표했던 싱글들이 다 기대에 못미쳐서 라고 한다. 예전 고르덴봄바(ゴールデンボンバー)가 메메시쿠테(女々しくて) 한 곡으로 4년 연속 홍백가합전에 출전했던 것에 비하면 앞으로 영건으로써 히트곡 없이 얼굴만으로 출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구나 하는 것이 정론이 된 것 같다. 물론 앨범 판매량 같은 잣대로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The Alfee

4. 거장이라 할 수 있는 과거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동안 홍백가합전 무대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지난번의 X-Japan 기획처럼, Glay, The Alfee, B'z, 안전지대의 타마키 코지 등의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출연자 및 특별기획으로 참여하여 반가운 얼굴과 조우하고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B'z 특별기획

아이돌의 흐름을 보자면 

앞서 논했듯이 쟈니즈 아이돌이나 극장형 아이돌, EXILE로 대변되는 댄스형 아이돌이 대거 탈락하고 한국팀(아일릿, 르세라핌, 투마로우 바이 투게더, 트와이스)이나 한국 아이돌의 유전자를 수혈받은 한국형 아이돌(JO1, BE:FIRST, ME:I), 한국 아이돌의 영향을 받은 자생형 아이돌(Number_i)이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여 역시 일본 아이돌 시장에서의 K파워를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한국팀은 트와이스(JYP)를 제외하고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아일릿, 르세라핌, 투마로우 바이 투게더)이라 하이브의 입김을 확인 할 수 있었고 작년에 출전했던 뉴진스가 내부문제로 나오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동방신기를 배출한 SM이 전멸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가 주시했던 무대는 

락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내가 봤을때 만족스러웠던 무대는 Mrs. Green Apple, Glay, The Alfee, B'z 등이었다. 그리고 락은 아니지만 후지이 카제, 요네즈 겐시, Creepy Nuts,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던 안전지대의 타마키 코지의 무대도 감동적으로 보았다. 
 

Mrs. Green Apple

결론 

성경에 보면 '먼저된 자가 나중되고, 나중된 자가 먼저된다' 라는 말이 있다.

 
한국 아이돌 시장의 노하우를 수혈받은 일본 아이돌은 자체적 자생력을 갖기 시작했고, 워낙부터 강세였던 밴드나 보컬, 트로트 부분은 여전히 계속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보컬로이드같은 서브컬쳐의 풍성한 에너지 원천에서 독창적인 무드를 가진 얼굴없는 가수들(작년에 나왔던 Ado, 올해 나왔던 tuki. 등)도 대거 등장하고 있고 충분히 가능성을 인정 받고 있다. 이 부분은 바꾸어 말하면 한국의 음악 시장이 너무 아이돌에 편파 되어 있고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측면에서는 (특히 Rock 같은 밴드 음악이 낙후되었다는 점) 이제 배워야 할 점도 많을 것 같다. 

아. 그리고 24년은 백팀(남자)이 승리했다.
 

안전지대의 타마키 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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