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부터 악평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볼까 말까 망설였다. 보고 난 이후에 든 생각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너무 갈릴거라는 생각이다. (이 글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음을 미리 공지한다)
단언컨데 배트맨 시리즈는 '다크나이트' 이 전과 이 후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다크나이트 이 전의 시리즈가 다소 공상과학적인 액션을 추구했다면 '다크나이트' 시리즈는 좀 더 현실적으로 배트맨의 본질을 파헤치며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를 깨려고 노력했다. 거기에 대테러전 같은 현실적인 액션을 가미했다. 그리고 '더 배트맨' 은 보다 더 근대적이고 현실적인 액션과 드라마를 추구했다는 점이 가장 차별점이라 할 수 있겠다. 마치 지금이라도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영웅놀이꾼, 악당, 경찰과 검사 등이 있을 뿐이다. 배트맨과 캣우먼의 주 이동 수단은 오토바이이고, 한 번 사용되는 배트카는 기존의 SF적인 이미지를 탈피하여 그냥 머슬카 같은 느낌이다. 배트맨, 캣우먼, 팽귄, 리들이 등장하지만 이 전의 상징적인 악당의 모습이 아닌,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캣우먼도 마찬가지다. 고양이 가면도, 쌔끈한 몸매도 없다. 내용 자체도 경찰, 검찰, 재벌, 범죄조직, 정치인이 유기적으로 얽혀 부패와 반부패 두 패거리가 싸우는 형식으로 흔히 악당영화나 액션 영화에서 볼 듯한 포맷이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양들의 침묵이나 세븐, 쏘우를 보는 느낌도 있었다. 살인범이 수수께끼를 내거나 단서를 찾아가며 범인을 뒤쫓는 측면에서 보자면...
로버트 패틴슨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큰 키와 배트맨 마스크를 썼을때 사각의 강직해 보이는 하관이 무척 배트맨의 이미지와 어울렸다. 이클립스 시리즈 때는 저렇게 이상하게 생긴 친구가 왜 인기가 있을까 의아할 정도였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하는 이상한 매력을 가지고 있고 (그 점에서는 한국 배우 중에 김우빈을 연상케 한다) 약간 퇴폐적인 느낌도 있다.
OST가 좀 의외였는데 'Nirvana - Something in the way' 를 좀 더 암울하게 웅장하게 각색한 음악이었다. Nirvana 의 음악이 배트맨에 쓰일거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지만 의외로 비장함과 음산함이 영화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졌다. 커트코베인의 비극적 서사에 대해 감정이 이입된 측면도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렇게 재미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나에게 최고의 배트맨 시리즈를 꼽으라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팬이 되게 만든 다크나이트 시리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배트맨' 에 애착이 가는 것은 다양성을 추구함에 있어서 보다 현실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차기 작도 출시가 될거라고 하는데 배트맨의 팬으로써 좋은 방향성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