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슈운지 이사람은 왜 초창기에는 다 단편으로 만들더니, 중반기부터 영화를 다 중편으로 만드는지 모르겠다. 러브레터부터 2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 때문에 생리현상이 겹칠때면 고달프다.. ^^ 하지만, 결코 시간이 지루하거나, 재미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른 평에서 보여지는 바대로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에테르니, 리얼이니, 신앙과도 같은 한 가수의 그늘에 쌓여 그곳에만 존재하는 오타쿠같은 젊은이들의 비극적 생활을 보여준다. 팬 카페 대화창처럼 쉴새없는 온라인 글귀가 화면을 메우고, 그것이 영화가 줄수없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생각을 보여주는 것 같다. 또한 이 영화 특유의 이지메는 정말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알몸으로 진흙탕에 뒹굴게 하고, 자위행위를 시키기도 하며, 반 여자애의 은밀한 곳을 비디오로 찍어 놓고, 원조교제를 시키기도 한다.
친구.. 라는 존재. 함께 놀고, 함께 자고, 함께 생활하는 그 의지적 존재가 변질 되었을 때, 겉잡을 수 조차 없이 퍼져가는 굴욕감과 모멸감, 분노는 정말 참기 힘든 그것이 된다. 우리반은 아니었지만,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착하고 다정하고 좋은 친구가 자신이 주먹짱임을 알게 되면서 변질 되어 가고, 그로 인해, 반 아이들의 고통과 선생님의 고통, 결국 그 자신이 학교를 떠나게 됨으로써 비극은 막을 내렸다.
이 영화에서의 리리 슈슈는 결국 모든이의 피난처가 된다. 현실이 아무리 모질고 고통스러워도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존재. 세상의 모든 시름을 다 잊게 만들고, 새로운 정신적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그러나 그 피난처마저 빼앗겼을 때는, 죽음 이상의 절망감과 공허감을 맛보게 된다.
이와이는 자신의 언어로 암울한 10대의 고통을 표현해 냈다. 공감하기는 힘들지만, 뭐 따지고 보면 10대든 20대든 삶이라는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고,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있다. 너무 철학적인가? 영화가 이해가 안가고 답을 안준다고 해서 영화를 탓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