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퍼센트의 열정과
안개 낀 날의 한숨과 빛 바랜 공허로 이루어진 내 서른살의 서정
항상 젊다고 외치며 살아왔건만 벌써 30을 넘겨버린 나이.
어느 정도 가늠했던, 30에 그어야 할 한 획에 대해서는
아직 미완의 대기로 남겨진 채 이루어 지지 않고 있고,
지난날의 굴곡선을 회상하며, 메꿔지지 않은 도화지의 빈 공간을 가리키고 한탄의 한숨을 쉰다.
꾸밈없는 상상과 진리의 장검을 안겨 주었던 나의 명석한 두뇌.
순환계의 순행을 위해 쉴세없이 뿜어 대는 심장의 강한 펌프질처럼 요동하는 나의 가슴.
피와 땀과 눈물로 뒤범벅이 되어도 그칠줄 모르는 나의 정열.
아무 목적 없이, 시간을 죽이던 시기도 있었더랬다.
세태에 찌들어 유행을 좇으며, 이리 저리 끌려 다니던 시기도 있었더랬다.
체념과 무의식 속에서 불러서는 안 될 노래를 부르며,
누워서 냉소를 머금었던 시절도 있었더랬다.
하지만,
나에 대한 신념과 의지와 믿음을 발견하고부턴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지 몇 년이 흘렀던가
어느 순간, 엄청난 힘으로 나를 끌어 올리던 로켓의 추진부에 연료가 떨어진 것을 느꼈고,
단지 추진력에 의해 가긴 가지만 속도가 떨어지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아직 더 가야 하는데, 아직 더 가야 하는데.
나는 여기서 끝인가?
첫번째 고지가 저기 바로 앞인데.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두 다리를 내어 주고 포복으로 전진을 하지만,
쉽게 다가오지 않는 눈 앞의 표적.
아! 그러는 와중에 점점 나이를 먹어간다.
이러다가 40이 되고, 50이 되고,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겠지?
머리를 쥐어 뜯으며 비관을 한다.
어서 첫번째 고지를, 어서 첫번째 고지를.
걱정이 되는 것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궤도에서 이탈해 버리면 어떻게 되는건가?
아니면 중간에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박살이 나거나
섬세한 전자조직에 고장을 일으켜 파손 되 버리면 어떻게 되나?
하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서른은 우울하다.
마치 밥 값을 다 못하고 밥을 먹는 것처럼 찝찝하기도 하다.
힘겨운 고행으로 지칠대로 치쳐 비틀 비틀 대던 지난 날을 생각하면,
앞으로 또 반복되리라 여겨지는 삶의 투쟁에 대해 두려움마저 든다.
세월이 흐를수록 사물에 대한 애착과 사건에 대한 정력이 내 손아귀를 벗어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럴때면 고개를 떨구고, 세상이 떠나갈 듯한 긴 한숨을 쉬며, 즐거웠던 기억을 찾으려 애를 써본다.
하지만 이러고 있을 수 만은 없다.
난 다시 추진력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멋지게 날아서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보란 듯 외칠 수 있도록.
가진 돈을 모두 써서 멀리 볼 수 있는 망원경을 사고,
세상 어떤 풍파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의 갑옷을 사고,
모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꿰뚫을 수 있는 올빼미의 눈과
모든 이치를 훤히 펼쳐 볼 수 있는 지혜의 샘물을 사야 한다.
첫번째 고지는 두번째 고지에 편승된건가?
아니면 좀 늦춰진건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내 자신을 믿기로 했다.
바위를 깨뜨리는 힘과, 물살을 가르는 스피드를 가진 내 자신을 믿기로 했다.
장작을 만나면 다시 활활 타오를 가슴과, 표적을 만나면 전뇌처럼 번뜩일 두뇌를 가진 내 자신을 믿기로 했다.
무일푼 탄생 3막 1장.
다시 시작이다.
적의 심장에서 터트릴 나의 탄두를 쓰다듬으며
오늘도 열심히 연료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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