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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어쩔수가없다' 해부하기

by 천년백랑 2025.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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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개요

박찬욱 감독의 12번째 장편 영화이며 2025년 개봉한 대한민국의 풍자, 블랙 코미디, 스릴러 영화이다. 제8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제50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국제 관객상 수상작이다.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미국 소설 '액스' 를 원작으로 했으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이 주연을 맡았다. 

 

 

주요 등장인물 및 포스터 

 

유만수(이병헌) 

주인공이자 사랑스러운 아내(이미리)와 두 아이를 둔 가장. 25년 동안 다닌 제지 회사에서 해고당한 후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미리(손예진) 

여주인공이자 만수의 아내. 남편의 갑작스러운 실직과 의심스러운 태도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럼에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다 잡는다.

 

최선출(박희순) 

잘나가는 제지 회사의 반장. 

 

구범모(이성민)

제지업계 베테랑이었지만 지금은 만수와 같은 구직자 신세인 인물. 직장을 잃은 후 알콜 중독에 빠져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아라(염혜란)

범모의 아내. 오디션을 보러다니지만 번번이 떨어지는 연극배우이다. 직장을 잃은 남편이 산송장같은 생활을 하자 겉으로는 응원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원망을 하고 있다. 

 

고시조(차승원)

만수의 또 다른 경쟁자. 제지업계 기술자였지만 해고당한 후, 현재는 구둣가게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기타 배역과 우정출연에 오달수, 오광록, 유연석, 김해숙 등이 출연한다. 

 

줄거리

25년 경력의 제지 업계 전문가 유만수는 아내 이미리, 두 자녀, 그리고 개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갑작스럽게 해고당하면서 그의 세상은 산산조각 난다. 큰 충격을 받은 만수는 가족을 위해 3개월 안에 다른 직장을 구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1년 넘게 전망 없는 일을 하면서 여러 면접을 보러 다니고, 힘들게 얻은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절박해진 나머지 경쟁 제지 회사인 문 제지를 찾아 이력서를 제출하지만, 공장장에게 모욕만 당한다. 이 자리에 자신이 완벽하게 적합하다고 확신한 만수는 현재 문 제지의 반장직을 맡고 있는 최선출을 제거 하고 그 자리를 자기가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최선출을 미행하다 그를 제거할 기회를 맞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다. 어차피 그를 제거해도 그 자리를 자기가 차지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아이디어를 내는데, 마치 가상의 제지회사에서 직원을 모집하는 것처럼 잡지에 광고를 낸다. 이력서를 보낸 사람들을 분석하고 그 중에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2명(구범모, 고시조)과 최선출을 제거하기로 마음먹는다. 우여곡절 끝에 3명의 제거에 성공하고 더군다나 완전범죄처럼 되어 유만수는 경찰까지 완벽히 따돌린다. 그리고 새로운 제지 회사에 입사하여 사람 대신 로봇, AI와 일하며 위기의 가족과 집을 구하고 다시 행복한 생활을 만끽한다. 

 

 

감상 

이 영화를 3명이서 보러 갔는데 나를 제외한 2인은 불호, 나는 나름 호의 평가를 하였다. 아마 그만큼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아마도 나는 영화 고관여층이기 때문에 사전정보를 대충 알고 있었고, 이 영화가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과 나름 박찬욱 감독의 페이소스가 중점 관전포인트라는 것도 알았기에 그에 대한 마음의 대비를 해서가 아닐까 한다. 

 

이 영화가 풍자한 주된 메세지는 바로 직업이며 직장을 잃었을 때 폐인이 되어 가는 사람들과 직장에 몸담았을 때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대비를 보여주며, 직장이 이 시대의 가장과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일깨워 주고 있다. 또한 로봇과 AI에 직장을 잃고 남은 몇 안되는 자리를 얻기 위해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 박터지게 싸운다는 것, 그리고 용케도 직장에 남아 있는 사람은 사람 대신 로봇, AI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과도 같은 교훈도 있다. 

 

이 영화에서 특히 비주얼을 포기하고 망가진 배우들이 있는데 이병헌, 손예진, 이성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성민은 살을 많이 찌워서 진짜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이었고 이병헌도 '지.아이.조 2' 나 '매그니피센트 7' 에서의 멋진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냥 중년의 직장인 같은 모습이었다. 손예진도 예쁘긴 하지만 리즈 시절의 아우라는 온데간데 없고 가사와 육아에 찌든 아줌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래도 극의 현실성을 위한 박찬욱 감독의 주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차승원이나 박희순, 염혜란은 캐릭터의 변신 없이 원래 가진 본모습대로 나온 것 같다. 

 

 

나는 나름대로 25년동안 IT 짬밥을 먹고 있기 때문에 무척이나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다. 제지업계보다는 폭은 넓겠지만서도 업계의 바닥이 좁다는 것과 구조조정의 아픔 같은 것들 말이다. 유만수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방통대를 나왔다는 설정도, AI쪽으로 정보통신대학원을 다니는 지금의 내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다. 유만수와 마찬가지로 나도 오랫동안 직장에 머무르고 싶고, 가능하다면 죽을때까지 은퇴를 하지 않고 일을 하는게 꿈이기도 하다. 그래서 박찬욱 감독이 말하려는 이 영화의 주제에 더 섬뜩함을 느꼈다. 

 

유만수가 뱀에 물리는 장면, 음악을 크게 틀어서 유만수와 구범모, 이아라가 서로 헛소리 하는 장면 등 몇 가지 실소를 하게 만드는 웃음 포인트도 좋았고, 블랙코미디면서도 전체적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톤앤매너도 박찬욱 특유의 느낌을 갖게 하여 역시 거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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