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계

백랑칼럼/영화평론 | 2014.08.30 11:30 | Posted by 21c 글로벌 선진 리더 천년백랑

 


색, 계 (2007)

Lust, Caution 
7.9
감독
이안
출연
양조위, 탕웨이, 조안 첸, 왕력굉, 탁종화
정보
로맨스/멜로 | 중국, 미국 | 157 분 | 20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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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걸 사랑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사랑의 '사'자라도 이 영화에 껴 맞출 수는 없다.

단지 필요에 의한 부적절한 관계속의 섹스만이 20분간 침대 위에 널부러져 있을 뿐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몸을 담보로 남자를 암살하려는 여자와

친일파의 대장으로 동족을 잡아 처형시켜야만 하는 두려움과 괴로움을

색욕으로 발산시키는 남자가 서로를 탐닉해 가는 내용이 주요 대립 구도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흔히 로맨스라 불리는 사랑 이상의 끈끈한 무언가를 표현해 주고 있다.

양조위는 나의 우상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것으로는 손가락으로 꼽는 배우 중의 한명이다.

큰 액션이나 과장된 연기가 아닌 절제된 동선에서 자신만의 내면의 갈등을 표현할 줄 아는

진정으로 연기가 뭔줄 아는 배우이다.

탕웨이에 대해서는 미안하게도 아무 사전지식이 없었다. 단지 이 영화가 처녀작인 히로인이라는

것 밖에는..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그녀의 정식 팬이 되었다. 그녀의 벗은 몸이 말초신경을

자극해서가 아니라, 연기를 위해 자신의 혼을 불사르는 그녀의 태도가 너무도 숭고하게 느껴

졌으며 또한 비운의 스파이 왕치아즈를 너무도 진지하고 완벽하게 소화해 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팬으로써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하고 그녀의 출연작들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개인적 경험을 예로 들자면, 한 화류계의 여성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진짜 자신이 애정을

느끼고 사랑을 느끼는 남자는 잠자리의 테크닉이 뛰어난 남자가 아니라, 같이 술마신 다음날

전화 해서 따뜻하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남자라고 한다. 즉 자상한 남자의 한마디가 여자의

마음을 더 사로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 반대였기 때문에 난 놀랄

수밖에 없었으며, 여자라는 동물에 대해서 시각을 달리하게된 하나의 작은 사건이었다.

두려워 하는 탕웨이에게 "내가 지켜줄께" 라는 양조위의 한마디가 무쇠같은 스파이의 가슴을

녹여버린 것처럼....

이 영화에서 선과 악의 구분은 모호하다. 친일파의 악랄한 민족의 역적 양조위의 여린 심경을

드러내며 인간적 연민을 자극시키고,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동지를 기계의 부품처럼

취급하며 쓸때까지 쓰고 버리는 독립군이 오히려 더 파렴치하게 그려진다.

일본의 중국점령이라는 시대적 상황속에서 서로 죽여야만 자기가 살 수 있는 배경위에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우다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이 너무 비극적이었고,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피도 눈물도 없어야할 스파이가 적을 사랑하는 감정이 싹트게 된다면, 이미 충분한 실수를

한 것이지만, 또한 그녀를 마음에 품고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 죽일 수 밖에 없었던 라스트 신의

스토리 라인은 이 영화가 얼마나 인간의 본능을 잘 표현하며 실화적이라는 것을 드러내 주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충격에 휩싸여 있어야만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 였겠지만,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신념을 위해 싸우다 비극을 맞는 주인공들과, 추운 겨울날 우여곡절 끝에 피어난 작은 불씨

하나가 나무에서 떨어진 작은 눈 한다발에 묻혀 꺼져버린 것 같은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

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장의 통로를 빠져 나가는 인파들 사이로 여기저기 불평이 쏟아 진다.

"아~ 괜히 봤다." , "죄송해요 이런 영화 보자 그래서."

그런 소리를 들으니 안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숨조차 마음껏 못쉴 정도로 내 자신을 빨려

들게한 영화인데, 누구 눈에는 그냥 3류 에로 영화로밖에는 안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80년대 '영웅본색'으로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홍콩영화가 3류 아류작들의 난립으로

몰락했다가 최근 작품성과 예술성으로 무장하여 서서히 고개를 드는 것을 와호장룡, 연인, 영웅,

황후화, 그리고 본 작품을 통해서 느낄수 있었고, 그에 대한 한류의 답습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점쳐 볼 수 있었다. 한류는 그 한류를 지키려는 젊은 예술가들의 값진 땀과 노력이 없이는

언제든 사그라질 거품에 불과 하다는 것을... 또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투자와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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