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대학생 때 효성 크루즈를 3년 정도 탔었고,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부터 결혼하고 얼마후까지 10년 정도 대림 데이스타를 탔었다. 둘 다 국산 125CC 바이크이고 아메리칸 크루저를 표방한 디자인의 바이크이기도 하다. 그만큼 할리와 아메리칸 크루저에 대한 내 로망이 강했다는 의미이다. 데이스타를 처분할 때는 사고가 나기도 했었고, 차를 구입한 후라 차와 바이크를 동시에 관리하기도 힘들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는 할리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러다 5년 전에 죽기전에 꼭 할리는 타보고 싶어서 지금의 애마인 슈땅이(할리데이비슨 슈퍼로우 883)를 들이게 되었는데 원래 소프테일 슬림을 갖고 싶었으나 매물 구하기도 힘들었고 금액도 많지 않아 스포스터급의 슈퍼로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래도 나름 5년간 타다보니 경험과 지식이 쌓인 것도 있고 할리가 한국의 실정에 안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 내용을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그러면 무엇이 한국 실정에 안맞는가?
1. 가격
우리나라 가격이 미국/일본 대비 1/3~1/4 가량은 더 비싸다. 미국은 원산지라서 싸다고 쳐도 일본과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가? 일단 우리나라는 관세가 8%, 특별소비세 5%, 부가세 10%의 세금이 붙는다. 거기에 수입사(한성모터스)의 운영비로 물류, 마케팅, AS, 전시장 등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거기에 환율 변동, 운송료, 보험료, 통관 수수료가 포함된다. 유럽에서는 할리데이비슨의 관세율이 최대 31%에 달하는 사례도 있는데 한국도 그에 준하게 높은 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은 미국과 EPA(경제동반자협정)을 맺고 있어 미국산 바이크에 대한 관세가 사실상 0%에 가깝다. 기타 세금도 우리나라에서 오토바이가 '사치재 성격' 으로 분류되어 불리한 세금체계로 되어 있는 반면, 일본은 딱 소비세 10%만 부과된다.
또, 일본은 오토바이 자체 시장이 세계 최대 수순이다. (혼다,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 등) 따라서 외국 브랜드인 할리데이비슨도 규모의 경제로 물류/판매 비용이 낮아지고, 가격을 공격적으로 책정해야 경쟁이 가능한 구조이다. 반면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아 독점적 지위를 가진 공식 수입사(한성모터스)가 프리미엄 가격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원래 가격보다 1/3을 더 주고 사라? 이건 한국 소비자를 호구(?) 로 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2. 연비
일단 기름도 많이 먹는데 고급유 세팅으로 되어 있어 일반 휘발유가 아닌 비싼 고급유를 넣어야 한다. 기름을 많이 먹는 이유는 차체가 무거운 것도 있고, 공랭식 엔진의 특성도 있다. 그리고 연비를 고려하지 않은 엔진 설계에 기인한 것도 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기름 가격이 싸서 기름을 아무리 넣어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 엔진을 설계할 때에도 그런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환경은 다르다. 상위 1% 부자들이야 상관 없겠지만 일반 서민들은 아무래도 차가 기름을 많이 먹으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나는 보통 기름등이 켜지면 고급유를 파는 주유소에 가서 2만원어치 주유를 하는데, 내가 가는 주유소 기준으로 리터당 1850원 정도이므로 대략적으로 11리터를 주유하는 셈이다. 그랬을 때 보통 다음 기름등이 들어올 때까지 130Km정도를 갈 수 있는데 그렇게 계산했을 때 연비는 리터당 12Km 정도 되는 것 같다. (물론 나는 거의 출퇴근시에만 사용하느라 대부분 시내주행인데, 외곽도로라면 180Km도 간 적이 있으므로 그렇게 따지면 리터당 16Km정도 된다) 혼다의 슈퍼커브가 리터당 50Km 정도라고 하는데 차이가 많이 난다.


3. 유지보수성
수리를 하더라도 일단 국내에 부품이 없으면 미국에서 부품을 가져와야 하는데 그럴 경우 기본 한 두 달은 걸린다. 생각을 해보라. 바이크 시즌이라는게 겨울은 못타고 한여름도 못타고 1년 중에 마음껏 탈 수 있는 계절은 봄과 가을인데 시즌 시작때 수리를 맡기면 시즌이 끝날때나 다시 받을 수 있다.
또 가격은 어떤가?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 등의 기본 부품도 비싸고 오일 갈고 이것 저것 하다보면 일이백은 그냥 깨진다. 수리는 아무데서나 할 수 있나? 물론 아니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에서 운영하는 AS센터를 가야 하는데 서울 안에는 한 군데도 없고. 용인/남양주/하남 등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아니면 할리 전문 수리점을 찾아가야 하는데 수가 많지 않다.
이게 일제 바이크랑은 상황이 180도 다르다. 한국산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크는 대림과 효성인데 그 시작부터 일본과의 합작으로 태동을 했고 예전에는 명칭 자체도 '대림혼다', '효성스즈끼' 였다. 그래서 국내 바이크 시장은 부품이나 유지보수 기술이 일본과 호환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혼다 비이크 오너인 지인에게 물어봤을 때, 동네 샵에 맡겨도 왠만하면 하루, 이틀 정도면 대부분 수리가 되고 길어도 일주일이면 된다고 한다.

4. 도로사정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오토바이가 고속도로에 들어 갈 수 없다. 그리고 국도의 경우에는 신호등이 많아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국토 지형상 산이 많아 대부분의 도로가 구불구불하고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도 많다. 할리는 휠베이스가 길고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려 있어 코너 돌기가 무척 힘들다. 코너에서 아무리 누우려고 해도 잘 누워지지 않고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려고 한다. 차체를 그렇게 설계한 이유는 미국의 국토 상황에 맞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도로는 커브도, 경사도 별로 없고 신호등도 별로 없어 광활한 도로를 몇 시간이고 주구장창 달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할리의 경우에는 다른 오토바이에 비해 존재감 있는 배기음과 미국의 정체성과도 같은 청바지 패션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미국 도로에 최적화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두 나쁜 점만 있느냐?
그건 아니다. 바이크가 멋지고 배기음이 박력있기 때문에 달릴때 존재감이 있고 주변인들이 선망의 눈으로 바라본다.
(배기음으로만 따진다면 다른 어떤 바이크도 따라올 수가 없다) 할리는 마력 기준이 아닌 토크 기준으로 세팅되어 있어 가속력에 포커싱을 두고 있다. 일단 힘이 좋기 때문에 언덕을 올라갈때도 차에 밀리지 않는다. 그리고 도로 주행중 내가 차보다 앞질러 나가야 할 경우도 생기는데 그럴 경우, 차와 대등하게 경합할 수 있다.
그리고 고속주행의 경우에도 내 바이크가 스포스터급인데도 불구하고 시속 120Km 정도는 무난히 갈 수 있었다. 물론 그 정도면 가장 최고단기어(5단)에서 풀쓰로틀로 계속 당기고 있어야 하니 좀 부담스럽긴 하다, 아마도 시속 80Km 정도가 제일 안정적일 것 같다. 물론 크루져나 투어링급이라면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갈 수 있겠지만 국내에서 고속도로도 시속 100Km~110Km인 점을 감안하면 큰 의미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리 바이크 동호회에서 보면 대부분 크루저급 이상의 대형 바이크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포스터는 저성능 바이크로 취급하며 잘 껴주지도 않는데 참 아이러니 하다.

맺음말
여튼 그래서 나는 지금은 다른 바이크를 생각하고 있다. 트라이엄프나 혼다/로얄엔필드 쪽으로도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쪽도 장단점이 있겠지만 아직은 100% 맘에 드는 모델은 없어 트레이드 오프를 고려하고 있다. 위클리나 먼슬리 보다는 데일리 쪽으로, 일단 출퇴근용으로 경쾌하게 도심을 달릴 수 있어야 하고, 캠핑용으로도 쓸 수 있는 멀티퍼포즈여야 하고, 임도도 어느 정도는 달릴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맞는 모델은 클래식이나 스크램블러 정도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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