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라블라

성조란 무엇인가?

by 천년백랑 2014. 9. 2.
728x90

    외국어를 공부하는 경우에 성조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중국어에는 4성이 있고, 베트남어에는 6성이 있다. 성조가 없는 한국인이 성조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말에도 비슷한 것은 있다. 바로 장음, 단음이 그것이다. 우리 말중에는 동음이의어가 별로 없지만, 자주 쓰는 단어 중에 겹치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어두운 '밤'과 먹는 '밤'이 그것일게다. 먹는 '배', 배꼽이 있는 '배', 물 위에서 타는 '배' 등도 대표적인 예이다. 그 외에 입으로 하는 '말' 과 옛날 많이 타고 다녔던 동물 '말' 이 있다. 이런 것들을 구별하기 위해 단어에 장단음을 준다. 즉 타는 '말'은 짧게 단음으로 발음하고, 입으로 하는 '말'은 길게 장음으로 발음하는 등의 식이다.(실제로 사용되는지는 필자가 한국인이라도 잘 모르겠다. 그냥 문맥에서 구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같은 말에 대해 길이를 다르게 하여 구분하는 식이다. 다분히 음악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그런데 그런 단어가 너무 많아서 구별이 쉽지 않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음의 높낮이를 이용해 구별하는 것이 바로 성조이다. 즉 4성은 동음이의어 단어를 4개까지 구별할 수가 있으며, 6성은 동음이의어 단어를 6개까지 구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건 뒤집어서 본다면 성조가 많으면 많을 수록 발음할 수 있는 가지수가 적다고 보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들은 조상에게 감사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몇 가지 발음을 제외 하곤 (예를 들면 영어의 'z', 'v' 일본어의 하쯔옹 같은 발음은 한국말에 없다) 못하는 발음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그걸 표현하게 해준 세종대왕께도 헤아릴 수 없는 감사를 드려야 한다. 자음 모음의 과학적 원리를 통해 발음 할 수 있는 가짓수는 몇 천, 몇 만개가 된다. 통털어봐야 50개(50음도) 밖에 없는 일본의 문자나 26개의 알파벳을 사용하는 영어에 비하면 이건 정말 혁명적인 일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일본어에서도 성조는 쓰지 않지만, 한자어를 발음하다보면 겹치는 단어가 수도 없이 많다. 오히려 한국어에서는 한자어 중에 발음이 겹치는 단어가 별로 없지만, 일본어에서는 발음의 가짓수가 제한되어 있어 한자어로 된 단어 중에 발음이 겹치는 경우가 무수히 많이 있다. 따라서 일본 문자에서는 한자를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의 전달이 힘들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한자를 사용해야 하지만, 한글에서는 한자를 사용하지 않아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그러나 필자는 국내 한자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글로 의미 소통이 가능하더라도 원래 단어의 어원과 의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한자를 알아야 하며, 또한 한자를 배움으로써 중국어, 일본어 - 심지어 베트남어까지 - 등 한자 문화권에 있는 언어를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자의 원조국인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발음을 두고 한자를 표현했을때 겹치는 단어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성조를 두는 것이다.  발음이 같은 동음이의어가 여러개 있다면 4성을 이용해서 4가지까지는 구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4가지가 안되면 구분이 분명하지만 또 4가지가 넘으면 또 중복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문맥으로 구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글자마다 성조가 붙기 때문에 조합을 이용하다보면 중복되는 부분이 그리 많지는 않다.)

 

    발음이 부족해 음악적 높낮이까지 써야 하는 태생적 불편함은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게, 이들은 말 자체에 음악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한다면 음악을 잘 하는 사람은 이런 성조나 발음에 대한 이해 (즉 소리에 대한 이해도와 해석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가 빠르기 때문에 외국어를 더 쉽게 배울 수가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