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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이야기

아이폰이 반드시 국내에 출시되어야 하는 이유

by 천년백랑 2009.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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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다음 블로그에 올렸던 포스팅인데 티스토리 이전하여 재 포스팅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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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 당기던 기나긴 싸움을 뒤로 한 채, 드디어 아이폰의 출시에 대한 윤곽이 잡혀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KT에서 7월에, SKT에서 9월에 아이폰을 출시한다는 기사가  이미 전자신문 1면을 장식한 바 있다. 이에 아이폰 국내 출시의 당위성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글쓴이가 개발자인고로 약간의 개발적인 마인드가 내포되어 있음은 감안을 하고 보시기 바란다.

필자는 모바일 사업에 대한 쓰디쓴 아픔이 있다. 일본 NTT 도코모의 i-mode가 한참 일본을 휩쓸 시기였다. 일본의 지하철에서는 모든 젊은이들이 i-mode를 보면서 이메일을 주고 받고 폰페이지를 관리하던 시기였다.

회사 모 부서에서 사내 모집을 했는데 바로 일본에서 솔루션을 하나 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어떤 솔루션이었냐 하면, 핸드폰마다 웹브라우져가 다 틀리고 거기서 인식하는 ML도 각각 다르다. 인터넷은 전부 HTML이라는 ML로 되어 있기 때문에 HTML을 인식하는 브라우져는 어떤 것이라도 거의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MS 규격인 Active-X가 문제가 되고 있긴 하지만) 그러나 ML의 종류가 여러가지라면?  그 ML에 맞는 브라우져로 보거나(다른 ML로 된 페이지는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아니면 여러 ML을 인식하는 브라우져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 솔루션은 그런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것이었다. 즉 업무단의 설계 자체를 RDB 기반으로 간단한 클릭 몇번으로 구성이 가능하도록 하며 완성된 화면은 마치 Pseudocode 처럼 XML로 저장이 되고 핸드폰의 리퀘스트가 오면 핸드폰의 헤더정보를 읽어 해당되는 ML 찾아낸 뒤 XML에 입혀 리스판스로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즉 쉽게 말하면 간단한 설정으로 모든 폰에서 접속이 가능한 폰페이지를 뚝딱 만들어줄 수 있는 막강한 솔루션이었다.

결론은 참담한 참패였다. 당시 한국에서는 브로드밴드가 워낙에 발달이 되어 있어서 아무도 핸드폰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하려는 시도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그 발목을 잡았던 가장 큰것이 바로 사용 불편과 가격이었다. 가까운 PC방에만 가면 17인치 모니터 화면으로 시원하게 접속하여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는데, 핸드폰으로 하려면 키인 하기도 짜증나고 접속 시간도 오래 걸리고 요금도 왕창 나온다. 2년 동안 몸담았던 솔루션은 아무 빛도 보지 못하고 사장되어 버리고 말았다.

거기서 시사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필자가 전화기에 모뎀이라는 것을 달아 PC통신을 하던 시절, 아무도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의 발달을 예측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한페이지 뜨는데 5분은 족히 걸렸던 웹이라는 녀석은 그냥 지식인의 한 사람인양 떠벌릴 풍월 한구절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브로드밴드의 발달은 판세를 뒤집어버렸다. 오히려 PC통신의 모든 기능을 흡수하고 PC통신을 죽이며까지 PC의 킬러앱으로 독야청청 해버린 것이다.

그런 브로드밴드의 시도를 무선인터넷에서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손해를 좀 보더라도 기지국을 늘리고, 장난치는(통화료, 서비스이용료, 패킷당요금이 따로 나오는?) 요금제 대신에, 현실적인 요금제(1~2만원이 적정)가 자리 잡아서 안정적인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정착되었다면? 필자가 단언컨데 아이폰이나 블랙베리는 상대도 안되는 국산폰이 전 세계를 휩쓸었으며, 앱스토어 저리가라 할 정도로 커뮤니티와 프로그램이 발달해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핸드폰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항재성과 모빌리티를 보장해 주기 때문에 PC가 할 수 없는 틈새 시장에서의 활용도 면과 아이디어에 따라 무궁무진한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무한대로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자 천천히 머리를 굴리며 역발상을 해보라.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나라 전체의 광역 브로드밴드가 당시 어떤 발전을 가져다 주었는가? 급속한 인터넷의 발전과 웹프로그래밍, 웹디자인의 발달, 그리고 게임산업의 발달로 세계 각지에 게임을 수출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먼 이통사들이 담합하여, 무선인터넷 망을 이용한다는 죄로 패킷 몇개 다운받을라 치면 통화료, 정보이용료, 패킷요금 다 따로 나오는 바람에 MP3 노래 몇개 다운 받거나 그림 몇개 다운 받으면 몇만원이 훌쩍 넘어버렸다. 또한 다운 받은 MP3나 그림을 PC나 미니홈피, 블로그에 옮기려고해도 번잡한 툴을 해킹하던지 또는 업로드 이용료를 내야 했다. 그러니 어느 누가 무선으로 사업할 엄두를 내보며, 어느 세월에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겠는가? (오히려 일본은 당시 브로드밴드망이 없었고 인터넷의 접속을 핸드폰에서부터 시작했으므로 엄청난 무선인터넷의 발전을 가져왔다. 물론 그 이면에는 획기적인 서비스와 현실적인 가격이 밑바탕이 되어 있었다)

또 하나의 이통사의 대역죄가 있다. 바로 국내 출시 핸드폰을 병신 폰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유비쿼터스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핸드폰은 사람과 사물을 인지하고 인터페이스를 해주는 아주 중요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으며 그에 필요한 첨단 기술이 탑재되어 가고 있다. Wi-Fi로 대변되는 WLAN, Bluetooth, HSDPA, WIBRO 같은 네트워크 기능과, GPS, UWB를 이용한 LBS(Location Based Service)기능, 또한 개인의 인증과 뱅킹, 펀딩을 위한 핸드폰용 스마트카드 즉 USIM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는 RFID리더기 탑재, 비즈니스 솔루션, SNS(Social Network Service)같은 굵직한 기능들이 탑재될 준비를 하고 있다.(이미 적용된 경우도 있고)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이통사 고유 무선인터넷을 사용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Wi-Fi 즉 무선랜 칩을 국산출시에만 고의로 누락시키고 있다. 어떤 기사에서 이통사 관계자가 했다는 변명도 참 어이가 없다. 그 기사에는 한국사람은 어디서나 무선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Wi-Fi가 필요 없다고 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 그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이나 회사의 무선 네트워크에 물려 공짜로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는데 잠깐 외부에 있는 경우를 위해서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나? (돈 대줄건가?) 그럼 적어도  외국에 출시하는 폰들처럼 두가지 기능을 다 넣어놓고 선택하게 하던지? 구차한 변명으로 밖에 안들리며 마치 이 이야기를 돌려서 말하는 것 같다. "Wi-Fi가 가능하면 기존에 무선인터넷을 쓰던 사람들도 가급적 Wi-Fi를 이용하게 되므로, 대대적인 수익 감소로 이어져 불가피하게 기능 축소를 하게 되었다." 라고 말이다. 또한 HLR을 이용한 이통사 자체 서비스인 "친구찾기"를 사용하게 하기 위해 GPS칩을 빼고 출시한다. 반경 몇 백미터의 오차율을 감수하고서도 말이다. 또한 사용자가 다른 이통사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도록 USIM 호환 기능도 막아버려서 비싼 돈 주고 산 자기 USIM을 다른 폰에 이식할 수도 없다. 말 그대로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는 폰은 병신중에서도 상병신 폰에 속한다. 그런데도 가격은 정상폰보다 몇배를 더 받아 챙긴다. 이번에 출시되는 신형 모폰이 외국에서 150불에 책정된 반면 국내에서는 60만원은 넘길거라는 기사가 있다. 문제는 이미 이런 사실들을 대다수의 국민들이 알고 있는데도 개선을 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 한다는건 국민을 호구로 알았거나 권력과 연합하여 힘없는 아이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놓고 린치를 가하며 코흘리게 돈을 빼았는 쌩양아치 정도로 밖에 안보인다는 점이다.

여튼 일반 국민들이 아이폰에 희망을 거는 부분이 그런 것이다. 순결합으로 꽉 짜여져 깨질줄 모르는 국내 대기업들의 담합된 결합 구조를 깰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고 적어도 깨지기 쉽게 균열을 가하기만 해도 그건 대한민국 무선통신 역사상 크나큰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부분을 깨트릴 수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일단 가격의 벽을 깨트릴 수 있다. 병신폰 치고 국내 핸드폰의 가격은 참 높게 책정되어 있다. 언제부터인지 신형폰이 나왔다고 하면 일단 70만원은 훌쩍 넘겨주신다. 그리고 명품폰이라고 하는 프라다폰인지 뭔지는 필자같은 서민으로 하여금 삶의 의욕을 떨어트리게 만든다. 그러나 그렇다고 병신폰이 아니냐? 그것도 아니다. 대량생산을 하는 전자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비쌀 이유가 없음에도 고매하신 가격은 기개와 위용을 떨치며 절대로 떨어질 줄 모른다. 그 와중에 만약 아이폰이 외국 출시 기준대로 99$~199$ 가격으로 책정된다고 해보자. 당장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향으로 담합되었던 가격은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아이폰을 사주느냐에 따라 가격은 더욱 급속하게 떨어질 것이다. 또한 현재 아이폰의 출시 기준대로 Wi-Fi, GPS, USIM이 정상적으로 갖춰진다면, 병신폰을 출시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또 기능의 경쟁력을 잃게 된다. 물론 그 부분이야 제조사의 의지라기보다 이통사의 압력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다운그레이드 되는 형국이지만, 형평성을 문제로 이통사에 반발하여 정상적인 휴대폰을 출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머지 하나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도 대세를 따라 이쪽으로 가려는 추세지만, 수만개의 유무료의 어플리케이션을 보유 및 안정적으로 앱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애플에 비할수가 없다. 이 부분은 밑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필자가 2년전 모 u-City 제안서를 작성할 시기였다. 당시 스마트폰에 대한 적용 아이디어 부분을 작성했었는데 일단 전제조건은 지갑을 안가지고 나가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단지내에서 모든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걸 위해서는 USIM칩 내장이 필수이며, 단지내 모든 인프라가 USIM 호환이 되어야 한다. 또한 스마트폰을 통해서 단지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의 접속 및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걸 위해서는 단지내 WLAN이 구축되어 있어야 하고 Wi-Fi를 통해서 접속이 가능한 환경이어야 한다. 또한 Wi-Fi는 LBS에 이용될 수도 있다. UWB를 이용한다면 정확도는 훨씬 높아지겠지만 (오차율 수 Cm 이내) Wi-Fi를 기본적으로 이용하기만 해도 오차율 수 m 이내 정도는 된다. 거기에 GPS까지 활용한다면 우리 가족들 (특히 아이들이나 치매 노인)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동선을 벗어난 경우 알람을 줄 수 있는 솔루션도 개발할 수 있게된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되어있어야 한다는 전제도 깔려있다. 이러 저러한 모든 상황과 기술과 변수를 고려했을때 당시 가장 유력한 솔루션으로 거론되었던 것은 두 말 할것도 없이 아이폰이었다.

현재 모 일본 대학교에서는 입학시 학생들에게 아이폰을 공짜로 지급해준다고 한다. 물론 학사 행정에 관련된 어플리케이션을 탑재시켜서....  교내 WLAN을 아이폰과 연결시켜서 학사행정관리를 한다. 그러면 한번 생각해보라. 얼마나 편리하며 괜찮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겠는가? 학교는 학생을 잘 관리해서 좋고, 학생은 학교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고. 이거야말로 윈-윈 아닌가?

누구나 개발 플랫폼을 PC에 설치하고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굉장한 장점이다. IT를 경시하는 국내 기술풍조에 따라 IT 기술자들이 굉장히 천대받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 상황을 고려해볼때, 자기 기술과 아이디어로만 승부하여 프로그램 판매에 따라 생기는 수익금에 대해 일정한 비율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고부가가치 시장도 전산개발자들에게는 솔깃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국내 몇몇 개인이나 기업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인기 순위에 올라 많은 이익을 가져갔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다)

모 일보에서는 아이폰을 선호하는 현상을 아이폰 사대주의라는 용어를 써서 기사화 했다. 그러나 역으로 보면 얼마나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패쇄적이고 배타적이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단지 국내 이통사와 몇몇 대기업들의 그들만의 리그였으며, 거기에 사용자나 고객의 편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수가 없었다. 단지 자국 국민은 그들의 "돈 벌어다 주는 기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정도로 시장을 독점하고 불합리한 상도를 펼쳐왔다. (필자가 한국과 한국인들을 보며 가장 아쉬운 부분이 그점이다. 돈을 쉽고 빠르게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박사급 수준이지만, 근본이 되는 기술을 중시하고, 사람을 귀중하게 여기는 풍조는 찾아볼 수가 없다. 당장 서점에 가보라. '돈 잘 버는 법' 에 대해 나온 책들이 '인생을 잘 사는 법' 에 대해 나온 책의 수십배는 될 것이다.)

그 오래된 그리고 잘못된 관행을 깨어줄 수 있는 희망이 바로 아이폰에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핸드폰 시장이, 이동통신 시장이, 그리고 어플리케이션 시장이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미래로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바로 아이폰이며 지금이 그 시작이라는 것을 업계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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